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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켓 '가상의 평양', C-print, 2006 |
낚시친구, C-print, 2006 |
자랑스러운 포즈, C-print, 20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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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제품시연(F15 에어쇼), C-print, 2005 |
소떼 퍼포먼스의 기억, C-print, 2006 밤의 서부전선 #01, C-print, 2006 밤의 서부전선 #02, C-print, 20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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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ame - 이즈음, 한국의 분단풍경을 다시 본다. <출입금지>가 많은 나라에 태어난 나는 촬영을 나가면 본능적으로 거짓말쟁이가 된다. 수년간 필드에서 다져진 관상을 보는 감각과 순간적인 판단. 그리고 나의 현란한 거짓말은 내가 기록하고자 하는 의지만큼이나 중요한 것 일 런지도 모를 일이다. 부디 그럴 수밖에 없었던 한국적 필드에서의 상황을 이해해 주길 바란다. 나도 노력을 안 한 건 아니다. 정성껏 촬영협조공문을 준비해서 보내면 서랍에 넣어두고 꺼내보지도 않는 것인지 몇 달간 소식도 없다. 어쩌면 National Geographic의 일본계 미국인 마이클 야마시타 정도의 저명한 사진가가 아니라, 듣도 보도 못한 Area Park이란 이름의 찍새라 무시해서 그런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또한 희망 없는 답변을 기다리기엔 나의 성격은 너무 급하고, 그것들이 언제 사라져 버릴지 모르는 대상들이기에 더욱 조급한 것이었다. 돌이켜보면 도처에서 출입자체가 안되는데 카메라까지 소지하고 있는 나를 보는 그들의 눈은, 흡사 퇴근길 런던의 중심가 피카딜리 역에서 지하철을 막 탄 아랍인을 바라보는 따가운 경계의 눈빛과 다를 바 없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그들의 임무와 책임을 존중하기에 제지하는 몸짓이나 귀찮은 듯 대하는 태도는 참을 수 있는 것이었지만, 간혹 말도 없이 카메라의 삼각대를 걷어차이고 필름홀더를 뺏기기도 했을 때 나 자신의 처지와 무너진 자존심은 정말 참기 힘든 것이었다. 씨발 나는 지난 수년간 우리사회 곳곳에 남아있는 분단 상황의 흔적 또는 일상에 스며든 단서에 주목했었다. 그 대부분은 양극화의 시기에 미국이 한반도에 들고 온 이데올로기와 그 시점부터 파생되어 나타나기 시작한 사회현상과 풍경의 구조들이다. 어찌 보면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 풍경들이다. 분단이 된 지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 흘러버려서, 이제는 우리사회의 엔진이라 할 수 있는 30-40대 세대들에게 마저 남북통일이 더 낮 설게 느껴진다. 많은 선배 사진가들이 이 땅의 분단 상황을 담아왔다. 당시의 상황으로서는 더욱 힘든 일이었음을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그들은 사진가로서의 사명감에 주옥같은 솜씨를 담아 우리의 상황을 기록해 왔고, 그 사진들을 보며 나는 다큐멘터리 사진을 배웠다. 생계를 병행해야 하는 가난했을 지갑에 열악한 장비. 대학원시절, 요제프 쿠델카의 다 떨어진 구두사진을 지갑에 넣어 다니며 그 정신을 본받고 싶어 했던 기억이 난다. 시대가 많이 변했다. 대학가에 가투가 사라지고, 이미 마르크스에 대한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심지어는 포장마차에서 대통령을 안주삼아 소주잔을 기울여도 문제 될 소지가 없는 시절이 되어 버렸다. 더 이상 이데올로기로 조종할 수 없는 동북아의 작은 나라. 그들은 이제 자유무역이라는 21세기형 두 번째 명분으로 새로운 게임을 하려 할 것이다. 마치 갱스터 영화와 같이 구역을 관리하는 마피아의 보스처럼 ‘거절하기 힘든 제안’을 해가며 다시 한반도의 풍경에 개입하려 한다. |